가성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레노버 P11, 아무리 중국 제품이라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건 그만큼 여기저기 원가절감에도 신경을 썼다는 걸 반증하는 거라고 봐야 할 겁니다.
한참 시끌시끌하던 벽돌 문제는 중국 내수용 제품의 해외 유통을 통제하려는 레노버의 정책이라 특별히 결함이라고 보기엔 어려운데요.
그 대신에 하드웨어는 품질 관리가 조금 부실했던 건지는 몰라도 액정 불량 사례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여러 기기들 중에서 꽤 빈도가 높은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레노버 P11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레노버 P11의 가장 큰 문제는 충전 관련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저 역시도 작년에 리뷰를 하면서 충전 관련해서는 뭔가 동작이 어설프다는 걸 말씀드리기도 했었고요.
그 이후 제가 운영하는 아이모 픽스를 통해서 벽돌 문제 외에도 이 전원 관련 문제로 많은 제품들이 입고가 되었지만 대부분이 배터리 커넥터 문제로 판정이 되어 많은 분들의 후기에서 보는 전원 관련 문제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겠다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주, 모 고객님이 가지고 내방해주신 P11을 보니 무시할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심각한 문제들을 접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전원 관련 문의를 먼저 주셨음에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점검에 들어가니 메인보드에 있는 전원 관리 회로가 완전히 타버린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충전보드와 메인보드가 분리된 구조라면 위험 요소 분산을 위해서라도 전원 관리 회로는 충전보드에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레노버 P11의 경우에 충전보드는 단순히 케이블로 입력되는 전원과 데이터를 메인보드로 전달해주는 연장 케이블 정도의 개념으로만 설계가 되어있고요.
이렇게 메인보드의 전원 관리 회로가 타버렸으니 충전이 불가능해지고, 배터리 잔량이 소진되면 이 레노버 P11은 충전할 방법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일부 업체에서는 저 회로 부분만 수리를 해주시기도 하지만(비용이 거의 액정 교체 수준.....) 레노버에서도 저런 고장이라면 메인보드 교체로 수리를 진행하게 되고요. 아직까지 메인보드는 별도 파트로 유통되지는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레노버 P11은 번들 충전기의 스펙부터 일반적인 중국 태블릿들과는 조금 다르긴 했습니다.
최대 12V 1.64A, 20W의 출력이지만 10V대에서 충전이 이루어지는 전용 충전 방식으로 판단을 해야 할 텐데요. 이 덕분에 번들 충전기나 퀄컴 퀵차지 2.0/3.0 호환 충전기가 아니라면 전원 관리 회로가 부하를 받게 되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건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용 충전기가 대부분 삼성 제품이라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레노버 P11에서 삼성 충전기에 제대로 전원 조절 신호를 줄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삼성 충전기 역시도 삼성 독자 규격이다 보니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P11의 전원 관리 회로가 타버린다 생각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둘 중에 하나가 양보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레노버 P11이 뻗어나간 꼴이 되는 거죠!
여기에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이 PD 충전기!
제가 가지고 있는 PD 충전기들은 레노버 P11에 연결했을 때 자꾸 충전이 끊어지면서 아예 사용이 불가능했지만, 위 고객님은 마지막으로 삼성 65W 충전기를 연결하니 고속 충전으로 표기가 되어서 잠시 놔두셨다가 결국 충전 회로가 타버리셨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여러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PD 충전기 역시도 호환성에는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테고요.
아직까지 레노버 P11이 무사한 분들이라면 가능한 번들 충전기나 퀄컴 퀵차지 2.0/3.0 호환이라고 명시된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걸로 보입니다.
이 글을 보면서 "난 삼성 충전기로 잘 충전하는데 뭐가 문제야?" 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출고 시점에 따라 메인보드의 전원 관리 동작이 다르다는 건 제 리뷰에서도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모두가 안전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으니 조심하는 것 외에 별다른 예방법은 없을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