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출시된 구글 픽셀 4, 지난 2월 무작정 핫딜로 구매할 때만 하더라도 예전 넥서스를 사용했을 때와 그리 큰 차이는 없지 않겠나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일단 한 손에 쏙 잡히는 그립감과 무선 충전 지원이라는, 제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충족했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바로 실사용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작년 말 구매해서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던 샤오미 13? 바로 고향별로 보내버렸습니다!
지금껏 사용해 본 샤오미 스마트폰 중 그리 만족했다는 샤오미 13을 고작 일주일 만에 방출시켜 버린 주인공, 구글 픽셀 4는 지금까지 제가 경험했던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네요!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더 빠르다! 통화 녹음만 아쉬운 |
여러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경험했지만 제조사 막론하고 2년 정도의 사용 기간이 경과하면 하드웨어 스펙 대비 구동 자체가 점점 느려진다는 걸 쉽게 체감해 왔었습니다.
여러 제조사의 계획적 노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해봤던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니 안드로이드 자체가 최적화가 좋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2019년에 안드로이드 10으로 출시가 되어 작년 안드로이드 13이 마지막 메이저 업데이트인 구글 픽셀 4는 2019년에 출시된 비교적 구형 하드웨어에서도 스냅드래곤 8+ Gen 2 등 퀄컴의 최신 플래그쉽을 탑재한 일반 제조사들의 플래그쉽과 비슷한 수준의 빠릿빠릿한 구동 속도가 인상적입니다.
이런 차이는 제조사들의 계획적 노후화는 물론이고 각 제조사들의 특성을 담은 사용자 편의 기능들이 그 주범이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기껏 여러 기능들을 탑재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안드로이드가 버전 업이 되었을 때 해당 기능을 최적화하지 못해서 더더욱 체감 속도를 떨어트리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능력이 안 되면 손을 안 대는 게 맞을 테지만 동일한 안드로이드 베이스에 다른 제조사들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서라도 고유의 편의기능은 탑재할 수밖에 없을 테니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그게 사용 경험을 후퇴시키는 거라면 아무래도 고민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여러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편의 기능들, 구글 픽셀 4에서는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듀얼심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가 되어있지 않은 정도일 뿐 그 외에는 그리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예전 넥서스에서는 생각할 수 없던 여러 가지 소소한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화면 잠금 버튼을 누르면 반대편부터 화면이 스르륵 잠기는 표현이라든지 하단부를 강하게 쥐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호출되고, AOD 역시도 주변에 사용자가 있을 때만 활성화되는 다른 제조사들에서 볼 수 없던 편의 기능들이 더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지문 인식 대비 불편하다는 얼굴 인식은 아이폰 FACE ID보다 더 빠르게 인식을 하는 것 같은데요. 아마도 지문 인식이 디폴트로 고정된 여러 앱들에서 사용상 불편함을 느껴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한 달 보름여 사용을 하면서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동 통화 녹음 정도?
구글 다이얼러에서 통화 시작 후 수동으로 통화 녹음은 가능하지만 상대방에게 알림이 나간다는 걸 떠나 매번 수동으로 실행해줘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만 프라이버시를 중시(는 개뿔, 지금까지 털어간 빅데이터가 얼마냐!!)하는 구글느님의 정책이 그러시다는 데 뭘 어쩌겠습니까! ㅠㅜ
부족한 배터리는 구글폰들의 종특!? 무선 충전기가 없었다면 끔찍했겠다! |
예전에 3G 베이스의 넥서스 4 정도를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넥서스 5/5x를 사용할 때는 부족한 배터리가 은근 스트레스였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픽셀 4 역시도 다른 스펙은 전혀 모른 상태에서 무지성 구매를 했었지만 배터리 성능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요.
구글 픽셀 4의 배터리 용량은 2800mA로 LTE 기반의 비슷한 사이즈 스마트폰들과 배터리 탑재 용량은 비슷한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스냅드래곤 855가 전성비가 그리 훌륭한 AP도 아니었을뿐더러 픽셀 4의 디스플레이 역시도 전력 소모가 무척 심하다는 느낌인데요. OLED라는 점이 무색하게 화면 밝기 최대로 유튜브 4시간 연속 재생이 힘들 정도로 배터리 성능은 최악입니다.
비슷한 시기 LCD를 사용한 스마트폰들도 저 정도보다는 오래 사용이 가능했다는 걸 생각한다면 의문부호가 한가득일 수밖에 없고요.
배터리 체크 앱으로는 설계 용량 이상으로 측정이 되고 있고요.
오래된 재고라 배터리 상태가 나빠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픽셀 4 출시 초기 리뷰들을 보더라도 그 결과는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최악의 배터리 성능은 실사용에서도 바로 확인이 가능했는데요.
통화/문자/SNS 정도 위주의 사용으로 주간에만 사용을 하면 남는 배터리 용량은 20~30% 정도로 저녁에 다른 약속이라도 있다면 중간에 충전 없이 사용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특히나 주간에 유튜브 등 사용이 많은 분들이라면 아예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 둔 상태로 사용을 하시는 것이 최선일 테고요!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더라도 충전이라도 빠르면 만회가 가능하겠지만 2019년 당시 스마트폰들은 기껏해야 30W 정도가 최대 충전 속도였고, 픽셀 4는 PD 2.0 이상 충전 시에만 최대 18W 정도로 충전이 가능합니다.
최대 18W 번들 충전기, 그리고 PD 2.0 유선 충전으로는 방전된 상태에서 완충까지 약 2시간 정도를 생각해야 하고요.
의외인 건 50% 이하 구간에서는 유선 충전 속도가 빠르지만 전체 충전 속도를 봤을 때는 최대 15W를 지원하는 무선 충전기가 오히려 더 빠른 충전 속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빠른 배터리 소모만 생각을 하더라도 제 사용 기준에서는 조금 동떨어진 스마트폰이 픽셀 4라지만 전혀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무선 충전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 옛날 넥서스 4로 무선 충전에 입문해서 집과 사무실, 차량에까지 무선 충전기들이 깔려있는 상태에서는 배터리에 대한 압박은 그리 크질 않습니다.
구글의 픽셀 4, 아이폰처럼 편안하다!? |
약 한 달 하고도 열흘 정도 구글 픽셀 4를 사용하면서 마치 아이폰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앱 아이콘이나 설정 등 UI가 아니라, 그저 앱 설치하고 별다른 설정 없이 사용하면서도 앱 푸시나 배터리 절전 등 다른 제조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신경 쓰던 부분들을 전혀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점!
그리고 평균 이상의 카메라 성능 역시도 전혀 불만을 느낄 이유가 없고요.
지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업무용 정도로 전락한 이유가 바로 구글을 제외한 일반 제조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불편함 때문이었는데 그런 점들을 픽셀 4를 사용하면서는 전혀 느끼질 못했다는 거죠.
물론 일반 제조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도 제조사별 팬층이 있을 정도로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안드로이드가 되었든 아이폰이 되었든 결국에는 앱을 실행해서 그 앱을 사용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을 해야 할 텐데 딱히 순정 이상의 커스텀이 필요한 건지 다시금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다만 구글의 픽셀 역시도 다른 해외 스마트폰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통신 설정에서부터 막혀버리니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없는 기기라는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고요. 여기에 구글 픽셀 특유의 고질적인 하드웨어 결함, 홍텔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설계에서부터 중국 중/저가형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품 등 기계적인 문제도 고려를 해야 할 테고요.
이 모든 건 200달러 언더에 새 구글 픽셀 4를 구매할 수 있어서 느끼는 점일 지도 모릅니다.
당장에 픽셀 4에 만족을 했다고 해서 신형 픽셀 스마트폰을 비싼 돈 들여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는 점이 그걸 반증하는 걸 테고요!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지금껏 사용해 본 수십 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품 스펙이나 품질 대비 어이없는 가격이 발목을 잡는 스마트폰이 바로 구글 픽셀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데요.
과연 구글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따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