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를 구매할 때, 기기의 스펙을 잘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성능은 꼼꼼히 살펴보더라도 의외로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전기 관련 스펙인데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충전기와 호환이 되어 문제가 없지만, 간혹 특정 전기 스펙을 요구하는 기기들은 연결할 멀티탭이 부족하다거나 외부에서의 충전이 어려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 작년 광군절에 구매했던 4K 휴대용 모니터가 바로 그런 제품이었는데요.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다지만 러닝타임은 겨우 2시간여! 거기에 충전은 12V로만 가능해서 외부에서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리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거의 충격에 가까웠는데요.
이때 떠올린 것이 PD 충전기로 구형 노트북을 충전했듯이 이 휴대용 모니터도 PD 충전기로 전압을 변경해서 충전해보면 어떨까였습니다.
"이제야 발견한 USB 테스터 확장 기능, 테스트부터!!"
위 휴대용 모니터가 12V로만 충전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건 5V to 12V 승압 케이블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휴대용 모니터의 번들 어댑터가 12V 2A, 끽해야 3A 출력이 최대인 5V 충전기와 케이블로는 상당히 무리가 갈 것이 뻔해서 PD 충전기의 전압 변환을 차선책으로 생각을 한 겁니다.
당장에 검색을 해봐도 12V는 사용하는 기기가 많아서인지 케이블류는 바로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요.
무턱대고 구매하기보다는 작년 하반기에서야 알게된, 사용하던 POWER-Z USB 테스터에 있는 PD 트리거 기능으로 전압만 바꿔서 충전이 가능한 건지 확인부터 해보기로 합니다.
가지고 있던 POWER-Z FL001 Super가 꽤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인데요.
저런 USB 테스터를 전압과 충전 프로토콜 확인 정도로만 사용을 했었으니 제조사가 알면 땅을 치고 한탄을 할 노릇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뉴얼을 잠시 정독하고 간단한 설정으로 PD 출력을 12V로 고정시키는 건 가능했구요.
12V 외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휴대용 모니터의 충전 알림 LED가 번쩍번쩍, 제대로 충전이 진행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무척 만족스러웠는데요.
다만 제가 가지고 있던 POWER-Z USB 테스터는 전압 변환 중 종종 에러가 나서 지난 알리 익스프레스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을 통해 유사한 기능을 가진 USB 테스터를 몇 가지 더 구매를 해두기도 했습니다.
"가능성은 확인! 그렇다면 조금 더 저렴하게..."
USB 테스터로 전압 변환 후 충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저 비싼 USB 테스터들을 모니터 충전할 때마다 사용을 한다는 건 비효율의 극치, 거기에 번거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사용을 위해 처음 검색했던 데로 PD 출력 전압을 12V로 고정해주는 케이블을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요.
검색 능력의 부족으로 C to C가 아닌 C to DC 5.5 라운드 플러그 타입의 케이블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걸 휴대용 모니터에 사용을 하려면 다시 DC to USB-C 젠더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 현재의 한계라면 한계인 듯합니다.
제가 구매한 케이블은 1.8m 제품이구요.
타오바오가 개당 약 4,000원, 알리 익스프레스에서는 배송비 포함 6달러 정도인데요. 여기에 DC to USB-C 젠더 가격 500원 정도를 더한 금액이 최종 구매 금액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USB-C to DC, 다시 DC to USB-C 젠더로 이어지지만 충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구요.
그리고 이런 케이블 외에도 흔한 USB 테스터처럼 보이지만 PD to DC, 트리거 기능만을 추가로 탑재한 제품도 볼 수 있었는데요.
고급형 테스터와 마찬가지로 5단계의 전압 트리거(5V / 9V / 12V / 15V / 20V)이 가능하고, PD 3.0 이상의 경우에는 PPS 5V ~ 11V로 전압 조정이 가능한 PD 트리거 특화 제품인 걸로 보였습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여럿 판매 중이던데요.
저는 타오바오에서 약 5,000원 정도에 구매를 했고, 알리 익스프레스에서는 제품에 따라 약 4~6달러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전압 조정에서 우세한 QC 3.0"
제 경우는 최대 12V 2A, 24W라는 출력을 보장해주기 위해 PD to DC 트리거를 선택을 했는데요.
PD 트리거의 경우에는 아직 사전에 설정된 전압만 출력이 가능한 걸로 보여서 14V 전압을 요구하는 구글 네스트 시리즈와 같이 조금 변태적인 전압이 필요한 기기들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구글 네스트 허브 & 미니의 경우에는 15V에서도 잘 구동되었지만 입력 전압이 달라지면 기기에 무리가 간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구요.
이런 경우 전원 어댑터의 최대 출력이 18W가 넘지 않는다면 QC 2.0 / 3.0 to DC 트리거도 꽤 유용할 걸로 보입니다.
특히 PD 트리거와 마찬가지로 출력 전압이 4가지 정도로 고정된 QC 2.0(5V / 9V / 12V / 20V)과는 달리 QC 3.0은 3.6~20V(어댑터 지원 시) 사이의 전압을 임의로 조절이 가능해서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14V 전압이 필요한 구글 네스트 허브가 잘 구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가지고 있는 USB 테스터의 트리거 기능만을 이용해본 상태인데요.
알리 등에서 약 3~4달러 정도에 이 QC 2.0/3.0 트리거 역시도 판매하고 있으니 테스트 등 필요한 분들은 구매해서 사용해보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멀티탭 줄이기가 이렇게나 힘이 듭니다!"
처음은 휴대용 모니터의 충전만을 생각했었지만, 이 PD 트리거나 QC 트리거는 상반기부터 꾸준히 바꿔가고 있는 멀티탭 줄이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이미 5V 제품들은 대부분 10 포트 충전기로 몰아버리면서 멀티탭이 2개 정도는 빠진 상태이지만, 9V나 12V 등의 전압을 이용하는 기기들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트리거 기능을 이용한다면 소비 전력이 작은 공유기나 통신사 모뎀 등에 사용되는 멀티탭 하나 정도는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아직 3 포트 이상 PD 충전이 가능한 제품을 보진 못했으니 QC 2.0 / 3.0 트리거 정도면 조금 더 저렴하게 구성이 가능할 듯하구요.
이렇게 바꿀 수만 있다면 구글 네스트 시리즈 같이 변태 전압(?)이 아닌 이상에야 남는 멀티탭 구멍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